티스토리 뷰

반응형

바로크 시대 통주저음과 화성 발전을 보여주는 이미지

 

서론 │ 바로크 음악을 이해하는 열쇠

 

바로크 시대(1600년경~1750년)는 서양 음악사에서 혁신이 폭발적으로 일어난 시기였습니다. 르네상스 음악이 다성적 균형을 강조했다면, 바로크 음악은 극적인 표현과 감정 전달을 중시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통주저음(basso continuo)화성 체계의 발전이 있었습니다. 통주저음은 당시 거의 모든 음악 작품에 등장하는 핵심 기법이었고,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화성학’의 기초를 마련했습니다. 따라서 통주저음과 화성의 발전을 이해하는 것은 곧 바로크 음악의 본질을 파악하는 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통주저음이란 무엇인가

 

통주저음은 말 그대로 “끊임없이 흐르는 저음”이라는 뜻을 지닙니다. 즉, 작품 전체를 통해 낮은 성부가 지속적으로 연주되며, 화성의 뼈대를 형성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연주 방식은 보통 첼로나 비올라 다 감바가 낮은 음을 연주하고, 동시에 하프시코드나 오르간이 숫자저음(figured bass) 기보법을 바탕으로 화음을 채워 넣는 구조였습니다. 이는 오늘날 밴드에서 베이스 기타와 건반이 리듬 섹션을 이끄는 것과 유사한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통주저음의 도입은 곡 전체의 안정성을 보장하면서도, 즉흥 연주와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숫자저음과 즉흥 연주의 미학

 

통주저음을 연주할 때 사용된 기보법은 숫자저음(figured bass)이라 불렸습니다. 작곡가는 낮은 성부의 음표 아래 숫자를 적어 넣었고, 이는 해당 음에 어떤 화음을 쌓아야 하는지를 지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6’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으면 해당 음 위에 6도 음정을 포함한 화음을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방식입니다. 이로 인해 하프시코드 연주자는 일정한 해석의 자유를 가질 수 있었고, 곡마다, 연주자마다 다른 개성이 드러났습니다. 즉흥성이 중요한 요소였던 만큼, 바로크 시대의 연주자들은 단순한 연주자가 아니라 공동 창작자에 가까웠습니다.

 

화성 체계의 정립과 발전

 

통주저음의 확산과 함께 조성 체계가 본격적으로 확립되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은 모드(선법)에 의존했지만, 바로크 시대에는 장조와 단조의 구분이 뚜렷해졌습니다. 이 체계는 통주저음을 통해 구현되었고, 곡 전체를 안정적으로 지탱했습니다. 코렐리, 비발디, 바흐 같은 작곡가들은 통주저음을 바탕으로 명확한 조성 안에서 곡을 전개하며 긴장과 해소를 극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는 이후 고전주의 시대의 화성법으로 이어져, 오늘날 우리가 듣는 대다수 서양 음악의 뼈대가 되었습니다.

 

바로크 음악에서의 역할과 다양성

 

통주저음은 오페라, 칸타타, 오라토리오, 협주곡, 실내악 등 거의 모든 장르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오페라에서는 성악을 받쳐 극적 감정을 강조했고, 협주곡에서는 솔리스트와 오케스트라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데 기여했습니다. 특히 트리오 소나타에서는 두 대의 선율 악기와 통주저음으로 네 명이 연주했는데, 이때 통주저음이 작품의 골격을 담당했습니다. 장르와 무관하게 통주저음은 항상 음악의 기초를 이루며, 시대의 보편적 양식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대표적 작곡가와 작품 사례

 

코렐리는 트리오 소나타에서 통주저음을 교과서적으로 활용하며 유럽 전역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비발디의 협주곡에서는 리듬감 있는 통주저음이 솔리스트의 화려한 선율을 더욱 돋보이게 했습니다.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이나 칸타타에서도 통주저음은 작품 전반에 걸쳐 구조적 안정성과 감정적 깊이를 동시에 부여했습니다.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에서도 통주저음은 합창과 아리아를 연결하는 뼈대 역할을 하며 극적 긴장과 감동을 강화했습니다. 이렇듯 통주저음은 바로크 시대 모든 거장의 작품 속에서 빠짐없이 등장합니다.

 

통주저음의 쇠퇴와 화성학의 탄생

 

18세기 중반 이후 고전주의 시대로 넘어가면서 통주저음은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의 시대에는 작곡가가 모든 성부를 구체적으로 기록했기 때문에 연주자의 즉흥성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통주저음은 단순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화성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체계로 정리되었습니다. 장조-단조 조성 체계와 기능화성학은 바로 통주저음의 실천에서 비롯된 결과였습니다. 즉, 통주저음은 연주 현장에서의 기법이었지만, 이후 서양 음악의 이론적 토대를 낳은 혁신적 아이디어였습니다.

 

결론 │ 통주저음과 화성이 남긴 유산

 

바로크 시대의 통주저음은 단순한 반주법이 아니라, 음악사의 패러다임을 바꾼 결정적 혁신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음악은 모드에서 조성으로 이동했고, 장르와 표현 방식은 폭발적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또한 즉흥성과 자유로움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안정적 구조를 보장한 통주저음은 예술과 학문을 동시에 발전시킨 원동력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듣는 서양 고전음악의 화성적 체계, 심지어 대중음악의 코드 진행까지도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통주저음과 바로크 시대의 실험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통주저음과 화성의 발전은 단순히 과거의 음악 기법이 아니라, 현재 음악 문화를 이해하는 열쇠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현대 음악 교육에서는 통주저음을 활용한 즉흥 연주 훈련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다뤄집니다. 이것은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가 스스로 화성을 해석하고 창의적으로 반응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훈련이기도 합니다. 결국 통주저음은 과거의 잔재가 아니라, 오늘날 음악적 사고를 확장시키는 살아 있는 도구로서 여전히 큰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함께하면 좋은글

반응형